췌장암은 ‘침묵의 암’이라 불릴 만큼 조기 발견이 어렵고, 그로 인해 진단 당시 이미 병기가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췌장암,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귀하지만, 생존율이 매우 낮아 ‘치명적인 암’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그럼 왜 이렇게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힘들고, 위험한 암으로 알려져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췌장의 해부학적 특성, 무증상 진행의 특징, 그리고 검사 및 진단의 한계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췌장의 위치,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해부학적 이유
췌장은 우리 몸의 깊숙한 곳, 복강 뒤쪽에 위치해 있는 기관입니다. 위(胃) 뒤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십이지장, 간, 담낭 등 여러 기관에 둘러싸여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촉진하거나 쉽게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도 췌장은 가스나 장기들에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췌장은 약 15cm 정도의 길이로 구성된 길쭉한 기관인데, 머리(두부), 몸통(체부), 꼬리(미부)로 나뉘며 암이 발생하는 부위에 따라 증상의 양상이나 진행 속도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췌장머리 쪽에 종양이 생기면 담관을 눌러 황달 증상이 비교적 빨리 나타날 수 있지만, 췌장꼬리 부위에 생기면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이 조용히 진행되다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췌장의 위치 자체가 정기 검진으로 조기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이로 인해 조기 진단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특별한 증상 없이 조용히 진행되는 췌장암의 특성
췌장암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거나, 있어도 매우 모호하고 일상적인 증상이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진단 전 겪는 초기 증상은 다음과 같은 것 들입니다
소화불량 / 식욕 부진 / 급격한 체중 감소 등이나 복부의 막연한 통증 / 피로감
이러한 증상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흔한 증상이며, 소화기 계통의 다른 질환들과도 유사합니다.
그래서 췌장암과 연결짓기 어렵고,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위염이나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달, 심한 복통, 체중 급감 등의 증상은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종양이 상당히 커져서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전이가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췌장암의 진행 속도도 문제입니다. 췌장암은 상대적으로 진행이 빠른 편이며, 전이가 조기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암입니다. 이러한 특성들이 겹쳐 조기 발견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췌장암을 미리 발견하기 어려운 검사상의 한계
다른 암은 국가검진이나 건강검진 프로그램으로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췌장암은 정기검진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췌장을 정밀하게 보기 위해서는 복부 CT, MRI, 내시경 초음파(EUS) 같은 정밀 검사가 필요하며, 이는 비용도 높고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췌장암을 조기에 잡아낼 수 있는 효율적인 혈액검사나 종양표지자도 현재까지 뚜렷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종양표지자인 CA19-9 수치가 있긴 하지만, 이 수치는 췌장암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의미 있게 상승하며, 췌장암이 아닌 다른 질환(담도질환, 염증성 장질환 등)에서도 상승할 수 있어 진단적인 민감도와 특이도가 낮은 한계가 있습니다.
일부 고위험군(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성 췌장염 보유자 등)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CT나 EUS를 시행해 선제적으로 관찰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나, 일반인에게 적용하기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췌장암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현재 기술로는 선별적 조기진단이 어렵습니다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음 / 고가의 정밀검사 필요 / 효과적인 선별 혈액검사 부족 /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지 않음
마무리: 조기 진단이 어렵기에 더욱 중요한 ‘의심’과 ‘경각심’
췌장암은 조용히, 빠르게 진행되는 무서운 암입니다. 초기에 특별한 증상을 느끼기 어렵고, 진단 역시 쉽지 않다 보니 많은 환자들이 병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있습니다.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흡연자, 가족력 보유자, 당뇨병 환자 등)은 특히 자신의 몸에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 이유 없는 피로감, 식욕부진, 등 통증 등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향후 췌장암 조기진단을 위한 유전자 검사, 바이오마커 연구, 인공지능 영상 판독기술 등이 발전하면, 지금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조기 발견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내 몸의 주인이 되어 작은 이상에도 귀 기울이는 자세가, 췌장암과 같은 침묵의 암으로부터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